사진이라는 빛의 증식 - 이현우 ECHO CHAMBER

구나연(미술비평가, 스페이스 애프터 디렉터)


이현우의 작업은 사진에서 구축되는 시간과 공간의 층위와 관련된다. 그것은 사진의 평면성과 지시성이 획득할 수 있는 시공의 지평을 이미지의 축적과 교차로 실현하는 일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Echo Chamber》가 환기하는 것도 음악의 입력과 출력 가운데 나타나는 음의 잔향과 파동의 증식처럼, 사진 역시 이 같은 잔향과 증식을 통해 고유한 울림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탐구와 관련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모두 〈Solid Reflections〉 시리즈이지만, 크게 세 가지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루이스 네벨슨의 조각을 전거로 삼은 작업으로, 움직이는 입방체 위에 네벨슨의 조각 이미지가 프로젝션 맵핑의 형태로 환등 될 때 나타나는 시각적 잔상이 겹겹이 중첩된 작업이다. 지속적인 시각적 경험을 하나의 장면으로 분할한 관습적 사진의 인덱스와 달리, 그의 작업은 사진의 표상으로 실현 가능한 시공의 다원적 상태를 이미지의 다이내믹으로 포착한다. 이 작업에 대해 이현우는 "사진에는 공간과 더불어 시간의 축이 있다. 그녀의 조각 작품이 담긴 사진에서 출발하여 나는 사진이 담아내는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과거 분석적 큐비즘이 시도했던 다시점에 대한 평면적 실현을 움직이는 대상 자체의 시간을 지속의 상태 그대로 응고시킨 이 작업에서 네벨슨의 단단한 조각은 필연적으로 투명성을 지니게 되고, 입방체의 운동과 결합되어 시공간의 이미지를 견인하는 빛의 증식으로 다가온다.

빛에 대한 이현우의 관심은 〈Solid Reflections〉의 또 하나의 시리즈에서 심화된다. 그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에 "빛으로 가득 찬 화면"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여 나타난 밝은 화면을 고정된 프로젝터로 서서히 운동하는 입방체로 환등하고 이를 촬영한다. 빛을 드러내기 위한 어둠을 조건으로 촬영된 피사체와 배경의 흑백 대비는 이미지의 물리적 상태를 서서히 증발시키며 빛의 현상에 대한 언급으로 극대화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코드로 연산된 이미지로서의 빛과 그 빛을 실재로서 담아내는 사진의 감도 사이에 모종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통해 그의 작업은 제목처럼 '견고한 반사작용'으로 드러나는 기술적 빛과 사진의 빛 사이의 개념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사진의 존재론으로 확장된다.

〈Solid Reflections〉의 마지막 시리즈는 네벨슨의 조각 이미지와 빛을 통해 실험한 시간성과 공간성의 다차원적 작업 방식을 유지한 채, 네트워크 속에서 끊임없이 배양되는 이미지가 반영된다. 오늘의 매체 환경에서 보편화된 이미지의 범람을 빛의 또 다른 작용으로 독해한 이 작업은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가상 산호초의 도상을 기하학의 입체물에 환등하여 촬영하는 과정으로 거친다. 그는 수많은 미생물의 퇴적으로 증식하는 산호초를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끊임없이 양산되는 이미지의 군집에 대한 비유로 제시하고, 이를 움직이는 기하학적 표면 위의 투명한 역동의 상태로 잡아낸다. 이러한 시도는 오늘의 매체 안에서 경험되는 사진의 포화와 그 작용에 대한 고민을 담은 그의 작업은 사진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의 속도에 대한 능동적인 탐구와 해석으로 다가온다.

과거 염생 식물을 인천의 매립지 위에 프로젝션하여 시기의 간극을 넘어 공생 가능한 사진 이미지의 힘을 탐구했던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현우의 이번 작업은 가상과 실제 사이에서 진화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를 담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경험에 대한 꾸준한 모색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시공의 실재와 부재가 융합되는 장소인 사진이야말로, 끊임없는 울림으로 증식되는 오늘의 이미지에 대한 언급이며, 또한 오늘의 사진이 담아내야 하는 고민이자 과제임을 암시하는 이현우의 작업은 무한 증폭되는 이미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미지의 반향을 담은 또 하나의 방으로 안내한다.